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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소공녀> 취향에 관하여 생각해 본 적 있나요

by 신원영이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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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Microhabitat (2018)
장르 : 멜로 / 로맨스, 드라마
개봉: 2018.03.22.
평점: 9.20
관객수:6만명
감독 : 전고운
출연 : 이솜, 안재홍, 강진아, 김국희, 최덕문, 이성욱, 김재화, 조수향, 김예은, 김희원, 박지영, 김재록, 황미영, 차재현, 김민경, 이용녀, 박영, 정보람 출연.
국가 : 한국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6분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1. 영화줄거리


주인공 미소(이솜)의 직업은 가사 도우미입니다. 이 일로 받는 일당은 5만 원 정도.
가사도우미로 버는 돈으로는 세상 살아가기 쉽지 않고 살기 빠듯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월세를 빼고는, 매일매일 습관처럼 피는 담배와 밤마다 바에서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녀의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 미소라는 여자입니다.

어두운 단칸방,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공간이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가계부를 쓰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미소인데, 자꾸 눈치 없이 물가는 오르고, 이 중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미소는 집을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유전적으로 흰머리가 나던 그녀는 흰머리 나지 않게 만드는 한약도 끊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단출하게 짐을 꾸려 여기저기 머물 곳을 찾아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밴드부 멤버들을 찾아가 하룻밤씩 신세를 지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베이스 담당이었던 문영은 현재 대기업에 다니며 수액같이 맞아가며 바쁘게 일하는 회사원입니다.
문영의 집에서 자신이 잠시 머물러도 되냐고 묻지만 문영은 곤란해하며 미소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두 번째로 찾아간 친구인 키보드 치던 현정은 결혼을 하여 시댁살이 중입니다.
착한 현정은 어려움에 처한 미소를 받아주지만 그녀의 남편과 시부모님은 이를 썩 반기지 않고,
자신 때문에 곤란해 보이는 친구를 보며 얼마 지나지 않아 미소는 다른 곳을 찾아 떠납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곳은 드럼 치던 대용은 미소를 흔쾌히 받아주지만 그에게도 사정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좋은 아파트에서 번듯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얼마 살지 못하고 이혼을 한 대용은
그 충격으로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로 찾아간 친구는 보컬 담당이었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노총각 록이었습니다.
록이와 그의 부모님은 오랜만에 록이가 데려온 여자인 미소를 보며 록이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속마음을 보이며 그녀를 감금까지 합니다.
록이 역시 그냥 친구처럼 가족처럼 살면 되지 않냐고 말하고, 말도 안 돼 상황에 기겁한 미소는 급히 록이 집을 빠져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친구는 기타를 치던 정미입니다.
부잣집에 시집가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정미는 호탕했던 과거를 숨기고 부잣집 시댁에서 원하는 조신한 며느리상을 연기하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넉넉한 사정에 미소를 받아주기는 했지만 도무지 나갈 생각을 않는 미소를 보며 따끔한 일침을 합니다.
눈치 보던 미소는 정미의 집에서도 나오게 됩니다.

정미의 집에서도 나와 집을 보러 다니지만 집 상태는 안 좋고 비싸서 미소는 여전히 마땅히 살 곳을 찾지 못합니다.
갈 곳이 없어진 미소를 보며 남자친구인 한솔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돈을 벌어오겠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위스키와 담배, 남자친구만 보며 버틴 미소는 자신의 곁을 비우겠다는 한솔을 보며 슬퍼합니다.

한편,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 밴드친구들은 미소의 행방에 대해 묻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지나가는 창문밖으로 백발이 된 미소인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여자의 뒷모습이 비치며 다리 밑에 텐트를 비추며 영화는 끝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현실을 직시하라며 간접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미소에게 말을 해주지만
그녀는 더 꼿꼿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하고 싶은 행동을 합니다.
말도 안 되게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동화같이 순수한 삶을 살아가는 미소를 소개해준 영화 소공녀 였습니다.

2. 영화 총평 및 명대사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낭만은 제일 마지막 순위로

소공녀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자주 쓰였던 문구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독립영화지만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인기와 유명세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족구왕'으로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유명세를 탔던 전고운 감독의 영화입니다.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와 꾸밈없는 연출로 생각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미소는 매우 소박하고 정신이 건강한 여자입니다.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 그 세 가지만 있으면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는 미소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따뜻하게 살아갑니다.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제가 가장 지키고 싶지만 따르기 어려운 그녀의 가치관이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진심으로 그녀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던 캐릭터입니다.
누추해도 누추하지 않고 비참해도 비참하지 않게 만든 것은
바로 미소 그녀 자신이었습니다.
반대로 누추하지 않아도 누추한 사람, 비참하지 않아도 되지만 비참한 정미 등의 캐릭터는
아이러니하게 대조적으로 그 두 사람의 상황과 가치관을 대비시킵니다.

집에 방이 아무리 많고 집이 아무리 커도 남이 우리 집에 오래 있으면 신경이 쓰이는 법이야. 넌 왜 모르니 그걸?


미소에게 눈치를 주던 정미는 결국 이런 말을 꺼냅니다.

"난 아니니까.. 난 언제든 친구들이 내 집에 놀러 오면 기뻤으니까 -미소-"




세상이 변해 감에 따라 주변인들도 다 아등바등 세상처럼 변하지만 미소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그녀가 더 별종처럼 취급됩니다. 베이스 담당이었던 문영도 자신을 찾아온 미소에게 '넌 참 하나도 안 변했다'라고 말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늘 좋은 편인 세상의 판단과 평가가 이상하게도 부정적으로 표현됩니다.
어른이 되고 다들 변해갔지만 미소만큼은 변하지 않은 상태가 부럽기도 하고 불편합니다.
대학시절 밴드부 활동을 할 때는 함께 모이기만 해도 마냥 즐거웠는데 여전한 '미소'가 불편한 것은 오히려 변한 타인들입니다.
남들도 그런 거 불편해하니까 '이제 우리도 변하자'라는 사람들과 다르게 미소의 세상은 늘 대학시절 그대로 변하지 않는 모습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이상적인 낭만이었습니다.



독립영화의 장점은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편입니다.
전작이었던 '족구왕' 역시 현재에 출시하게 행복하는 것, 사회적으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매우 피곤하고 불편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구해야 하는 일면을 공감케 하였던 것처럼,
주인공인 미소 역시 '그 딴 취향'이라고 치부될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취향을 위해 스스로 포기하는 것들은 책임감에 기반합니다.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집을 떠나고, 위스키값이 오르기 때문에 흰머리가 나지 않게 하는 한약을 포기합니다.
그녀의 취향을 지키는 데는 타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없습니다.
타인이 돕는 것도 없는 것이 명확한 현실이지만 때로는 영화 속의 많은 친구들처럼 우리는 나보다 혹은 나만큼 살지 못하거나 ,
나와 비슷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우 부정적이고 때로는 함부로 판단하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선택하고는 합니다.
영화 속의 정미와 대용 등 미소를 대하는 타인들의 감정들이 나의 마음과 일순 비슷한 판단이 되어 미소의 감정들과 교차되며 현실과 이상의 세계가 함께할 수 없음을 느끼게도 합니다.
당신에게도 취향이 있나요? 생각보다 자극적인 스토리가 아니어서 추천하고 싶고,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혹시 취향이 없다면 너무 많은 질문에 대답하려 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수 있게 생각해보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한수희' 선생님의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에서 봤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 줬던 영화입니다.
'취향에 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영화라고 서두를 꺼냈던 제 친구의 관점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미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녀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가 결코 '주제넘지 않는' 그녀의 가치이고 삶임을 인정한다면 우리 역시 자신의 취향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지키며 살아갈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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